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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질병의 유효기간, 인정기준이 배제기준이 될 때

매일안전신문

[매일안전신문] 오래 사용한 기계는 부품이 닳고, 작은 충격이 반복되면 결국 고장이 난다. 사람의 몸도 다르지 않다. 허리, 어깨, 무릎은 노동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그 부담의 결과는 하루아침에 드러나기보다는 오랜 시간 신체에 누적된다.

근로복지공단의 『근골격계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 역시 근골격계 질병을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로 그 업무와 관련하여 근육, 인대, 힘줄, 추간판, 연골, 뼈 또는 이와 관련된 신경 및 혈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어 기능 저하가 초래되는 급성 또는 만성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근골격계 질병의 본질은 ‘누적’에 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 누적의 시간이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바로 ‘유효기간’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는 특정 상병, 직종, 근무 기간, 유효기간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업무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유효기간은 신체부담업무를 중단한 다음 날부터 최초 상병진단일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현실에서 때로는 반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본래 유효기간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업무 관련성을 강하게 인정하기 위한 기준에 가깝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유효기간을 넘겼다는 사정이 불승인의 근거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업무를 중단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사정은 하나의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퇴직 이후의 생활 습관, 연령의 증가, 취미 활동 등 개인적 요인에 의한 질병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시간의 경과가 사실상 결론처럼 취급되어서는 곤란하다. 유효기간을 넘겼다는 이유가 우선하는 순간, 그 뒤에 존재하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의 신체 부담작업은 충분히 평가되기 어렵다.

현실의 노동자들은 퇴직 직후 곧바로 대학병원에 가서 MRI 촬영하고 확정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동네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으며 버틴다. 그러다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때에야 비로소 정밀검사를 받는다. 그때는 이미 퇴직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경우도 많다.

공단 지침과 고시도 원칙적으로는 기계적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 관련성은 신체부담정도, 작업 내용, 종사 기간, 질병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퇴행성 변화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불승인할 것이 아니라 신체부담업무로 인해 기존 질병이 악화 되었는지 또는 자연경과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유효기간 역시 그 취지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유효기간은 업무 관련성을 신속하게 인정하기 위한 참고 기준이어야지, 그 기간을 넘긴 사건을 배제하는 사실상의 문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랜 세월 산업 현장을 지탱해 온 노동의 결과가 단지 MRI 촬영 일자와 최초 진단일이라는 형식적인 기준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근골격계 질병의 판단은 유효기간이라는 문턱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그 노동자가 몸으로 견뎌온 시간과 그로 인해 남은 상처까지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무법인 더보상 김송아 노무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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