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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우리나라 직업병은 1950년대 탄광 근로자들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에는 직업병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에 폐병(진폐증)에 걸리거나 귀가 먹어도 개인 탓, 나이 탓으로만 여겼다.
이후 1985년 4월 1일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1991년 원진레이온 사태를 계기로 직업병이 사회적 문제로서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직업병으로 근골격계질환, 심뇌혈관질병, 정신질병, 직업성 암과 더불어 소음성 난청이 주를 이룬다.
소음성 난청에 대한 산재신청이 본격적으로 증가한 것은 2014년 이후부터이다. ‘장해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감각신경성 난청에 관하여 더는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확인을 받은 때부터 기산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9.4. 선고 2014두7374 판결)에 따라 소음성 난청은 소음 노출 중단시기(소음사업장 퇴직일)가 아닌, 소음성 난청 진단 확진 시기가 장해급여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됐다.
이후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공단)은 시행규칙 개정과 2016년 지침 제정으로 소음성 난청의 법적 치유시기를 진단일로 변경함으로써 소음성 난청 산재신청 건수는 2018년 2177건에서 2024년 1만861건으로 증가했다.
노화가 혼재된 난청, 증상 고정까지 업무상 재해
소음성 난청 산재신청이 증가하자 과거 공단은 나이별 메디안값을 고려한 연령보정(60세/1dB)에 관한 2017년 내부지침에 따라 장해판정을 했다. 이는 결국 소음과 노화의 복합병태에 대한 수많은 소송을 유발했고 결국 공단이 패소함으로써 2020년 해당 지침의 내용을 삭제했다.
하지만 최근 노동부는 입법 예고를 통해 ‘연령보정의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만 70세부터 매년 1~2dB씩 감산해 노화의 영향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장기간 소음에 노출된 후 퇴직해도 소음에 의한 청력 손상은 끝나지 않는다. 소음성 난청은 감각신경성 난청의 일종으로 퇴직 후에도 과거 소음 노출 여부가 노인성 난청의 진행 정도에 영향을 준다.
‘과거 소음 노출이 노화성 난청을 가속화’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서 증명된 사실이다. 즉 소음성 난청은 소음에 의한 청력의 초기 손상이 노화와 가속해 발생하는 복합병태로 과거의 손상이 지금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순 연령보정’은 이러한 청력손실의 지연성 진행을 반영하기 어렵다.
대법원(2009.7.9. 선고 2009두6186 판결) 등에 따르면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인과관계는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 업무상 관련한 사정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된 것이라면, 악화 전의 상태로 되지 않고 증상이 고정되는 경우는 그 증상이 고정되기까지를 모두 업무상의 재해로 취급한다’고 판시한다.
특히 혼합병태인 소음성 난청의 경우 기왕증에 대한 참작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 대법원의 입장(대법원 2010.8.19. 선고 2010두5141 판결 등)과도 배치된다.
다른 직업병과의 형평성 문제
가사, 기왕증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재자 개개인의 ‘소음 기여도’와 ‘연령 기여도’에 대한 분명한 의학적 구분이 전제돼야 한다. 명확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산재보상에서는 다른 직업병에 대해 기왕증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5.11.10. 선고 2005두8009 판결 등)한다.
개인마다 소음의 강도, 노출기간, 연령, 소음에 의한 개인의 감수성과 신체상태, 노화와의 병합 정도가 전부 다르다. 그럼에도 나이에 따라 일률적인 감산을 통해 장해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음은 노화와 결합해 청력 손상에 영향을 준다. 소음성 난청은 더이상 개인과 노화의 탓이 아니다. 무리한 연령보정은 피재 근로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또다시 이와 관련한 소송을 유발해 법적 분쟁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산업재해 인정의 높은 문턱에 대한 반성과 제도 도입에 대한 신중함이 필요한 때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