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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 이승준 노무사
최근 정부는 산업재해 행정의 핵심 국정과제로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 단축’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는 평균 17.7일이면 처리되지만, 업무상 질병은 무려 227.7일이 소요된다. 특히 정확한 상병 상태 확인을 위한 ‘특별진찰’이 수반될 경우 기간은 394일(약 1년 1개월)까지 늘어난다. 1년이 넘어서는 처리기간은 충분히 문제로 인지된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바로 대구·경북 지역의 소음성 난청 산재 처리기간 현황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특별진찰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의 경우, 공식발표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대기 환자가 2,300명을 넘어섰으며, 현재 검사 대기 기간만 18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위 고용노동부 자료와 대구병원의 발표를 조합하여 보면 평균 적 전체 처리 기간은 2년을 훌쩍 상회함을 예측해볼 수 있다. 산재 근로자에게 2년이라는 기다림은 가혹한 수준을 넘어 행정의 방치에 가깝다.
이러한 지연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의료 인프라의 부족’에 있다. 2019년 대비 2024년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 건수는 전국적으로 5배 증가했다. 특히 섬유·건설업과 광업이 성행했던 대구·경북은 잠재적 환자군이 집중되어 있어 그 증가 폭이 더욱 가팔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의료 공급 체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건간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132개인 데 반해, 대구·경북은 40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의료인력 부족난으로 인해 영남대병원, 계명대병원, 구미차병원, 구미강동병원 등 지역 내 주요 대학 및 민간병원들이 특별진찰중단 내지 신규특별진찰 수용불가의 상태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대구·경북 전역의 수요의 대부분이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한 곳으로 쏠리며 심각한 병목 현상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지난 2025년 4월 개원한 ‘근로복지공단 구미의원’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안한다. 현재 구미의원은 재활치료 전문으로 운영되며 이비인후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 구미의원에 이비인후과를 신설하고 특별진찰 기능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기관의 운영 자생력 및 재정 건전성 확보다. 재활치료 수요는 민간 재활병원과의 경쟁 으로 그 수요가 구미지역 내로 한정된다. 일반진료 외 산재진료의 경우에도, 환자가 거주지로부터 거리를 감수하면서 까지 구미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유인이 부족함으로 마찬가지이다. 반면, 이비인후과 기반의 특별진찰 서비스는 공급자가 부족한 특수 서비스이기에 구미지역 수요를 넘어 대구·경북 전역의 환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환자들은 오랜 대기를 피하기 위해 기꺼이 지역 간 이동을 선택할 것이며, 이는 구미의원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지역적 수요 대응 및 행정 효율화다. 대구병원에 집중된 과부하를 분산함으로써 18개월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대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환자들의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미의원으로 특별진찰 수요가 이동한다면, 대구병원의 대기기간도 함께 감소할 것이다.
셋째, 산재근로자들의 권리향상 및 만족도의 증가이다. 처리기간의 단축은 자연스럽게 현재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과밀화된 수요를 분산함으로써 산재처리의 과정의 질적인 서비스 역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구미의원의 이비인후과 개설은 단순한 진료 과목 추가가 아니다. 이는 산재 근로자에게는 ‘신속한 보상’을, 행정 기관에는 ‘업무 효율’을, 공단 병원에는 ‘재정 안정’을 가져다주는 1석 3조의 정책적 선택이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산재 보험의 혜택이 2년 뒤로 미뤄지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공단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무법인 더보상 이승준 노무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