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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안전신문] [노무사 칼럼] 국가는 돈을 쓰고 국민은 억울하다

- 김현수 노무사

‘돈도 썼는데, 욕도 먹는다.’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최근 직업병 산재 승인 이후, 산재 요양급여와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상한제 보상금이 중복되어 부당이득으로 환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도한 부정수급이 아님에도, 제도 간 정보교류의 부재로 인해 근로자나 유족이 억울한 부담을 지는 현실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결국 국가가 국민으로 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산재가 뒤늦게 승인되면서 수년 전의 치료비가 한꺼번에 지급되는 경우, 이미 건강보험공단에서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일부 의료비를 보전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어 수백만 원의 부당이득금 환수 통보를 받는 일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이미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까지 환수 고지가 내려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두 공보험 간의 구조적 정보 단절에서 비롯된 문제다.

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상한제도’는 고액의 진료비로 인한 개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한도 초과분을 공단이 환급하는 제도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요양급여는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두 제도 모두 사회안전망의 핵심이지만, 문제는 실시간 정보 공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재 승인 이전에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면 상한제 환급이 먼저 이뤄지고, 산재 승인 이후에는 근로복지공단이 동일 치료비를 다시 지급해 이중보상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나 유족은 의도치 않게 ‘부당이득자’로 분류된다.

이 문제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공보험 간 협력 부재로 인한 복지제도의 신뢰 훼손까지 비화되지 않을까 산재보험을 다루는 현장 실무자로서 심히 우려된다. 근로복지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연계해 산재 승인 시점에 해당 치료비가 이미 상한제로 보전된 내역이 있는지를 자동 확인한다면, 중복지급 문제는 사전에 차단될 수 있다. 또한 산재 요양비(본인부담금) 지급 단계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지급 이력을 선제적으로 검토한 후 상계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행정의 편의가 아닌, ‘제도의 취지’를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이든 근로복지공단이든 모두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국민은 이러한 제도의 기반 아래에서 치료비를 지원받으며 보호받는다. 그러나 제도의 선한 취지가 행정적 편의나 사소한 절차상의 미비로 훼손되고, 그 결과 국민이 부당이득자로 낙인찍혀 국가가 비난받는다면, 이는 곧 제도의 목적 자체가 무너지는 일이다. ‘국민을 위해 돈을 쓰고도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가에게 가장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간의 정보 연계는 필수적임이 자명하다.

노무법인 더보상 김현수 노무사

출처 : 매일안전신문(https://ids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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